AM 00:00 심야식당

심야식당 자유오더 SAMPLE 4

마슷따 2022. 6. 10. 03:16

 

 

▶ 커미션 작업, 1차, NCP. 

 

부디 신중한 해답을!

#시리어스 #NCP혐관 #선택 #마찰 #파멸의 형태에 대하여

 

 

 “잘 생각해보세요. 정말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것이 옳냐고 묻는 거라고요.”

 바깥은 비명으로 팽배합니다. 모든 것들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주 높은 곳, 정사각형의 물체 안에 놓여진 두 사람은 쉬이 알게 됩니다. 아, 저건 이미 녹화된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구나. 하고 말이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의미는 있고도 없습니다. 사실 사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고, 죽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죠. 하지만 너무나도 놀랍게도 우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갑자기 최후의 인류라면 어느 쪽이 옳다고 여기는가? 같은 허황된 소리를 떠드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이유요? 이유라니, 이 세상에는 가끔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세계는 인류의 답을 원하고 있거든요. 하늘 위에 존재가 있다면 그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탄탄대로, 원하는 대로 해주리라는 법 또한 역시 없습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죽고 싶은 건 아닐 겁니다. 살고 싶은 건? 글쎄요. 인류가 원하는 답이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확실하게 모르고 있잖아요.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말했잖아요, 모든 것에 의미는 있고도 없다고. 하지만 알기 위해서는 죽거나, 죽여야만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앎과 무지는 사람을 심하게 가른다고 하죠. 운명의 선악과 같은 걸 나눠 먹는 시대는 지났어요. 운명 자체를 물어뜯어 답을 내야 하는 지금을 보세요.

 *) 전혀 다른 법칙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두었을 때, 세계는 한 사람을 원하게 될까요. 아니면 비등하게 원하게 될까요. 기어이는 그 맞물림이 ‘협동’이나 ‘협조’ 따위로 이루어지거나, 아예 완벽한 압도적인 승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진 데에서 차용한 이야기입니다. 정반대의 사람이라 한들 서로의 특질이 있으며 이 세계에 단 두 사람이서 만들어진 판 위에서 무언가를 증명하려 한다면, 수번의 시도 끝에 전혀 다른 극단에서 답을 찾지 않을까요.

 


 

 [ 실패입니다! 다시 한 번 시도해주세요! ]

 

 그러니까 대체 뭐를? B는 허공에 드러난 문장 하나에 시선을 던졌다. 숨을 폐부 깊숙한 데까지 들여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게 지금이었다. 관자놀이는 얼얼하고, 땀인지 긴장인지 모를 것들이 자근자근 아가리를 벌려 사람을 집어삼키는 정사각형의 공간. 그래서 뭐가 실패라고? 헛웃음인지 흥미인지, 그러나 이미 튈 정도로 튀어버린 난자된 삶 따위가 두 사람의 앞에 굴러떨어졌다. 두통을 호소하는 머리를 겨우 뒤흔들며 A가 피를 뱉었다. 질 나쁜 병이라도 앓는 듯한 감각. 전면으로 대뜸 끼얹어지는 듯한, 거세게 튀어 오른 고통은 이 상황의 비현실적임을 대놓고 떠드는 듯했다.

 

 사람은 과연 삶 앞에서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가? B의 뒤로 작열하던 화마는 그런 것을 묻는 듯도 했다. 불쾌할 정도로 상황의 끄트머리를 잡아 주무르는 듯한 이를 둔다 한들, 전혀 유쾌하지 않은 그을음이 새카맣게 그들의 사이를 가득 채워냈다.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게 맞기는 한지 그마저 의심되던 손이 주억여졌다. 그렇다면 반대로, 마음은 죽음 앞에서 취득할 수 있는가? A가 선 방향으로부터 불어오던 진동 따위가 너덜너덜한 몸뚱어리 위로 쏟아지지만 이미 뒤틀려 부어오른 발목은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엇이 그 마음을 더 충족시켜줄 수 있으리라 여기는 거냐 조롱하는 듯한 전광판이 사이를 떠돈다. 쯧, 혀를 차는 소리가 짤막하다.

 

 금이 간 듯한 편두통은 이미 머리가 날아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호소하기 급급한데, 모든 것이 눈앞에 있다니 그 자체로도 우스울 일이었다. 사람은 당장 죽을 자리 앞에 놓이거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뚱어리부터가 반응한다 했던가. 모든 것들이 아래로 뚝, 뚝, 떨어지는 것만 같은데. 당장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느끼면서도 너무나도 또렷한 정신이 깜박. 깜박. 깜박. 검지 끝에 걸친 스위치의 버튼이라도 멋대로 움직이듯 선명했다.

 

 누군가 억지로 자신을 일으켜내는 감각은 자신만의 것일까. 관심이 없는 이의 시선이 흐릿함에 좀 먹혀 사라지면, 향하던 시선에 비소 따위가 머금어진 채로도 휘청거렸다. 손에 쥐어졌던 칼 따위가 바닥 위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나동그라진다. 그대로 내질렀던가? 아니었나? 근육을 찢어발기기라도 할 것처럼 욱신거리는 건 도리어 누구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손목 안에서는 맥이 요동치고, 쿵, 쿵, 멋대로 뛰어대는 심장은 긴장을 넘다 못해 살기 위해 바깥으로 자기 자신을 비집어 내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나 알 수 있는 건 너무나도 명료했다. 당장 목에 날 하나 박아 넣는다고 해서 끝이 날 상황도, 무엇도 아니라는 것이. 죽음으로 맺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 그런 주제에 그들에게 내걸린 저 말은 어찌나 모순투성이인지 모를 일이다. 잘게 덜리는 손 안쪽에서부터 감각은 무뎠다. 애초에 눈 안이 붉다. 제대로 뜨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삶을 증명하세요! 실패합니다. 실패합니다.

 

 기괴하게 반복되는 소리가 고막을 긁어다 둔 지 너무나도 오래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대체 무엇이 삶인데. 꽈악 들어차는 불쾌감에 가까운, 강요 섞인 하나의 문장은 두 뇌리를 멋대로 헤집고 어지럽힐 뿐이다. 흔해빠진 최선도, 욕망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냐고. 전혀 다른 것들로 빚어진 것으로도 충족할 수 없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면. 여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아, 겨우 탄식처럼 토해내는 비명은 진절머리에 가까웠다. 울컥거리며 토해내는 게 숨이기는 한 건지, 아니면 무언지. 가득 흐려지는 시야가 멋대로 도는 소리를 내기 바쁘다. 불길이 치솟고, 비가 내리고, 두 다리가 겨우 선 자리가 흔들리는가 하면 아래로 낙하하는 감각에 속마저 울렁거렸다. 인간의 몸으로 이겨낼 수 있는 재난 따위는 없다.

 

 당연하다. 그렇게 설계된 세계가 아닌가!

 

 그러나 A는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B와 제가 서 있는 지금 이 공간은, 이 세계는 ‘그렇게’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입안이 터지다 못해 머리까지 치닫는 무형의 것마저 죄 게워낼 것만 같은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B의 입가가 뒤틀렸다. 뒤틀려 부러 지어내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마음에 차지 않는 것들이 넘실거리고, 피비린내, 썩어가는 향취 따위의 것들이 코끝에서 멋대로 흐려지기 바빴다. 사람 하나의 분량은 충분히 나오고도 남을 법한 핏자국 따위가 뜨뜻미지근하게 피부 위를, 발치 아래를 메우고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건 감내하는 건가? 아니, 그마저도 아닐 터였다. 모든 게 엇나가는 소리 따위가 지저분하게 귓바퀴를 훑어냈다.

 

 까맣게 번지던 시야. 삶과 삶이 맞부딪친다 한들 재촉되는 건 죽이어야 온당한 것. 그러나 온전하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이미 사실은 행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언저리가 가시 바늘처럼 A를 건드렸다. B의 손가락이 마치 보란 듯이 꼽히기 시작했다. 까맣고 노란 손톱 끄트머리가 사실은 이 모든 스위치를 쥐고 있는 사람을 대변하는 것만 같이 느껴질 정도로, 먼저 일어난 횟수란 이미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끊이지 않는다는 것도, 하필이면 수백, 아니. 수천 번일지도 모르는 사이. 지독하게도 마주친 시선이 그 모든 상황을 증명했다.

 

 사실 모든 것에는 설명이 없었다. 마치 이유도 없다는 듯이 속삭이지 않고 B의 도전을 부추기고, A의 최선을 강요하는 꼬락서니였다. 기대하지 않은 이는 여전하고, 실낱같은 빛 앞에서도 꽂히는 시선 따위는 딱히 죽음을 원치 않았다. 각 맞춰 나열되는 모순 앞에는 그저 조건 정도나 남아 있을 뿐. 당장 낙하하는 몸을 속삭이는 이 신경 따위가, 당장 넘어지기 직전의 감각을 가지고도 비틀대며 걸음을 뻗는 사람 사이에서. B가 그를 바라보았다.

 

 “아하하, 하하……! B 씨는 이제 좀 알 거 같아, A~”

 

 알겠어?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묻는 음성의 온도는 낮다. 아니, 높았던가? 분간하기 어려운 사이. 사람을 길게 그어낼 것만 같은 목소리는 사실 그렇게 유쾌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지 못할 게 뻔한 순간이었다. 바닥 자체가 일렁여 떨어졌던 것들이 A의 앞에 굴러 왔다. 주우라고 채근하는 것처럼. 몸을 숙여 손아귀에 겨우 날을 쥐어낸 그가 B를 바라보았다.

 

 모든 것들이 짜 맞추어지는 건 어렵지 않다. 마찰도 되지 않고, 구성하는 무언가를 휘둘러도 되지 않고, 내리 찍어도, 피를 흘려도, 근육을 찢어도, 아니.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이 모든 건 어떠한 의미도 없는 것을. 그저 둘 모두의, 아니. 방금 누군가 모두라고 했던가요? 들리지 않을 방백 따위가 귓바퀴를 멋대로 헤집어대나 기어이는 소음일 뿐이다. 머릿속에 들어차는 생각은 이상할 정도로 안배된 것과 같이 결론을 눈치 챈 후였다.

 

 “아……. 그래. 알아서 기분 더럽네.”

 

 판이한 온도의 이채가 좁혀져 마주하면, 다물린 입술은 피를 뱉어냈다. 기계적인 음성이 다시금 무어라 떠들고 있었음에도 B는 그대로 A에게도 달려들었다. 땅을 요령 좋게 박차고, 그대로 내지르는 것에서는 무슨 소리가 났었는지. 잔향이 남았는지조차 의문이었으나 그럴 시간 같은 건 어쩌면 없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뺨 옆으로 홱, 스쳐 지나가는 날 서린 것의 한기도 이제는 무의미하다. 아니, 관심이 없는 것. 애초에 말조차 되지 못한 묵음 따위를 단어랍시고 받은 사람과도 같은 감상은 참 반쪽으로 딱 맞게, 그러나 전혀 맞물리지 않는 형태로 나동그라졌다.

 

 "이걸 끝낼 바에는 이대로 있는 게 낫다, 이거지.“

 “애초에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

 

 깡――! 금속 재질의 마찰음 따위가 울렸다. 땅과 벽이 울리는 소리가, 또 뒤집어지려는 소리가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부터 일렁거리는 듯했다. 픽, 비웃는 듯 올라가는 입가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