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미션 작업, 1차, CP.
석류의 관
#시리어스 #신화AU #집착과애정 #운명의개척 #애정과형태의변화
“이게 우리의 권능이자 운명이라면, 개척 역시 우리의 몫이리라고.”
선택 받은 이들은 모두 신의 형태를 하나씩 가지고 살게 되는 날들입니다. 권능을 부릴 수 있는 대신, 그들에게는 ‘신의 운명’ 같은 것을 따르게 되나, 그것이 ‘나’의 운명인지는 명료하지 않은 세계. 그런 세계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애정을 품고 나눈다면, 그것은 나의 운명인지 상대의 운명인지 알 길이 없는 채로 흔들리던 도중. 그럼에도 아주 많은 것을 뻗고, 들이기를 반복한다면 동반의 형태는 무엇으로 남을지요.
그렇다면 사랑을 나누어 쪼갤 때,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사람에게 손 뻗는 것 역시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변모되어 신의 축복조차 이겨내는 인간과, 신조차 그 형태로 갖추어지는 이야기를 합니다.
*) 나긋한 이미지이나 독선적이며 집착을 가진 A에게 코레를, 곧고 현명하나 그게 특유의 것인 B에게 헤스티아를 배치하였으나 '사랑'이라는 소재로 죽고 새로 태어나는 코레를 페르세포네로, 누구와도 엮이지 않는 헤스티아를 져버린 후 그녀의 유일인 하데스와의 교체를 이미지 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멋대로 노래하는 듯한 상념이 그들을 지나쳤으나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그것들은 이제 저희들의 몫이 아니었다. 아아, 모든 것들이 운명이라 노래하는 이 세계의 문제였던가. 당신이 선 자리가, 내가 선 자리가. 저희들을 귀속되게 만드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아니었다면. 그렇다면. 지고지순하니 순응해야 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여느 영웅들의 서사시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내어다 주는 것들은 오롯한 자의. 흔들리는 게 아닌 가장 진심의 것. B은 이를 두고 더는 물러서지 않을 것을 말하듯 바르게 서 있었다. 쳐 들린 고개는 그저 사람 하나를, 라비니에라는 남자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이 맞을 터. 두 사람은 그저 무언으로, 묵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대신하며 그 너머의 배경을. 권능을 바라보고 있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이 타고난 형태의 바깥의 이와 맞물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 누가 말했던가.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쉬이 누군가 담지 못할 말이 혀끝까지 오르나 그뿐이다.
부질 없는 일이라는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 법이었다.
검을 뽑았다면 표적을 향해 겨누기라도 해야 하는 법. 제대로 휘둘러 무엇 하나 거머쥐기라도 해야 하는 법. 순응이라는 건 굴종에 가까웠다. 지키는 자이면서도 곧은, 현명을 말하며 그 자리를 지키는 헤스티아의 고요한 권능이 A와 눈을 맞추었다. B가 서 있노라면, A는 그저 앉아 있는 모양새와 같았다. 서로 눈을 맞추고 있음에도 차이란 그런 것이다. 부드러이 휘어지는 웃음기 사이에서는 이미 그늘이 뻗어져 가고 있었다. 불씨를 틔우고 있노라면, 화로의 아래에서는 그늘이 깔리는 법이다. 불이 틔워져 온기를 찾아야만 하는 계절은 무엇인가. 그를 드리우는 것과 같이 B의 시야 안의 가득한 것은 지하의 것이 뭉그러지듯 일으켜지는, 순간의 것이었다.
"B. 부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한데. 아니야? 나긋나긋한 말씨는 권유나, 물음 따위가 아닌 확인을 위해 존재했다. B의 미간이 조금 좁혀진 것도 같았다.
사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테지만, 서로의 손을 잡아 엮는다는 사실은 간혹 충분하지 않았고 눈을 감아 내리는 행위가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법임을 모르지 않았다. 물론 눈 감고 엮어내는 일 따위야 어렵지도 않지. 도리어 환영할 일임을 알면서도, A는 형태를 거부한 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감성이 그들을 향해 속삭여대는 꼬락서니였다. 사랑에 몸바쳐 스러지더라도 하나가 될 것인가? 사랑과 미의 여신이 물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들과 같이 권능, 축복에 순응하여 눈 감은 채 얽어내나 오롯함이라 속이며 살아가겠는가? 지혜의 신이 물었다.
모든 것들이 이미 짜여진 실위에서 자아내어지는 이야기라면, 이 사랑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 따위는 언제나 존재해왔던 것이다. 이는 이미 알고 시작한 일.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런 것이라 납득하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뻗은 손은 이미 거부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B은 이 사실을 마치 펴 올린 것처럼 직시했다. 올곧은 이는 휘어질 줄을 모르고, 흔들린다 한들, 꺾이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A의 웃음기는 사뭇 탄식과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서로를 채우기 위해 나누었던 그 모든 것들은 동시에 일어나던 균열에 채워졌다. 굳건할 정도의 기반이 되었는가, 이는 모를 일이었다. 지하의 것이 분명한 흐트러진 이름의 권능이 A를 부드러이 감싸 쥐었다. 흙 아래 움트기를 기다리는 씨앗의 틈새가 B과 눈을 맞추었다. A. 가만 달싹이는 것만 같이 이름을 부르고 나면 고개가 내저어졌다. 모든 것은 저희의 너머를 향하는 선언이며, 고백이고, 꺾이지 않을 순애였다.
"……부정해야 해. 그게 맞으니까."
우리는, 우리니까. 어딘가 조금 느른하다 싶을 정도의 초연한 말씨가 들려오고 나면 바람이 불었다. 하늘은 운명을 져버리는 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가, 아니면 이마저도 사실은 운명인가? 모든 인간은 이 딜레마에 사로잡혀 놓이지 못했다. 그것을 깨어내고자 하는 것은 날을 들어, 여느 이야기 속 연인과 같이. 촛농을 떨어뜨리고, 단검을 심장에 찔러 넣는 행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알기에 과감했다. B은 이미 A의 뒤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가 사실은 정론이라면. 정답이라면. A는 자신의 뒤에 깔린 의문을 바라보았다. 슬그머니 들어차는 생각이란, 우스울 정도로 명료하고 다정했다.
"이대로 있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B. 정말 괜찮겠어?"
날을 쥔 건 B의 몫이었음에도 A는 그리 물었다.
"응. 괜찮지……."
그게 당연해야 하는 건데. 살짝 흐려지는 감이 있는 목소리라도 충분하다. 어디선가 불티가 튀었다. 홧홧하다 싶을 정도의 열기는 분노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를 일이었다. 다가서는 걸음은 동시였다. 당겨오는 인력은 엄연하고, 무너질 것만 같은 감상도 서로를 뒤덮고 나면 품에 가득 차도록 끌어안는 온기는 결코 뜨겁지 않다. 그럼에도 맹렬했다. 쉬이 담지 못했던 말을 고요하게 뱉어내는 건 분명, 손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수직으로. 심장을 겨누는 행위와 같았을 것이다.
사랑해.
같은 감정을 품고, 다른 어조로, 투로. 다른 이들은 오롯하게 같은 것을 말하며 눈을 맞추어냈다.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 기이하게 흐려지는 소리가 났다. 운명을 거스른 인간들에게 놓이는 건 무엇인가. A는 혹여 드러날까,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팔을, 허리께를, 제 것이라는 양 부드러이 감싸 둘러냈다. 씨앗은 한 번 죽어야만 나오는 것. 심장을 찔러낸 화로의 현명한 여신의 서약은 그 누구의 것도 되지 않는 것. 모순과 모순이 인간의 손에서 빚어지고, 깨어지는 소리가 귓가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만일 씨앗을 죽여 그다음을 얻고자 한다면 석류를 입에 물고, 당신을 그 관에 눕히자. 그 무엇이든 너를 앗아가게 할 거라면, 백향나무 꽃을 올려 선물할게. 길게 뻗은 그림자가 그 아래로 떨어지는 건 순간. 새로이 어깨를 감싸는 축복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사후의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불려 온, 반려이자 다시없을 동반자의 부름이니. 어울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에 A가 B의 고개를 당겼다. 툭, 이마가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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