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미션 작업, 서뱀프, 드림즈. 

 

 

 "계속 여기에 있게~?"


 다 아는 사람의 투란 가볍기만 하다. 토리.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이끄는 손을 따라 조금은 따라왔다. 마치 모든 것들이 짜 맞춰지기라도 한 듯한 순간이었다. 동백으로 만든 코디얼이 겨울의 향을 살랑거리면, 하늘에서는 풍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채 타고 올랐다. 길게 내려가는 물을 따라서 띄워 보낸 것들도,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들이 어딘가는 기어이 닿아 떨어질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앎에도 사람들은 어딘가에 보내기를 바라며, 닿기를 바라는 것이 마치 생업이라도 된다는 양 살아가겠지. 나유타의 눈이 또 다른 의미로 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무리를 향해 끔벅여진다. 


 "토리?"


 다시금 부르는 목소리.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 아직 채 다 알지 못한 이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아직도 향긋하게 입에 남아 있는 양과자의 꽃의 향이 상대의 것인지도 모른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눈이 되어버리고 만다. 

일반 세계와 신사를 가로지르는 선과도 같은 관문이 두 사람의 뒤로 주욱, 그어진다. 경계의 사이를 아무리 드나든다 한들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도 않을 텐데. 그사이를 지나드는 존재는 그 용도에 걸맞게, 반드시 평범한 사람일 수만은 없는 법이다. 물론 사람의 사이에서도 이만한 통로는, 금은 그어져 있으리라. 알면서도 부딪치는 것은 관계와도 다르지 않구나. 그리 깨닫는 것은 어쩌면 조금, 오만한 일일지. 이해받지 못했던 이의 속이 어딘가 갉작인다. 자신이 받아왔던 조각을 언젠가는 전하기 위해 고민했다. 


 신을 태운 가마는 저 멀리 사라지는 것처럼 골목에 접어들었다. 


 굳이 바짝 따라갈 필요도 없으니 느긋한 걸음은 팔랑거리는 것과 같았다.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을 법한 존재들과 같이. 그럼에도 홀로 선 것이 아니라, 바로 옆의 사람을 따라 걷는 걸음인 터라. 아주 흐려지지 않는 외줄 타기는 그만두는 것과 같다. 아, 사람과 비슷한 맛이 유난히 진하게 남았다. 나유타가 숨을 가벼이 들였다. 희미한 종이의 탄내. 골목을 가득하게 줄지어 채우는 노점에서의 흔한 음식 따위의 냄새가 먹음직스러울 정도로 코끝을 스쳤다. 흔하디흔한 일상의 장면. 다정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무리. 마치 저희들의 것은 아닌 듯 느껴짐에도, 두 사람이 혼자가 아님은 같은 보폭이 그나마의 증명을 매단다.


 유난할 정도로 남는 건 겨울에 피어야 할 것이 초여름 접어드는 날. 


 날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사이에, 입술 사이로 슬쩍 눌려서는 섞여 들어간다. 토리이 나유타는 마치 명제를, 진리를 아는 존재와도 같았다. 당신은 가장 강하고도 강렬하지만 그럼에도 시의 압운처럼 남지는 않으리라. 


 자신에게는 깊게도 남지만, 남으려 하여 남은 게 아닐 수도 있음을 아는 입안은 어딘가 쓴맛을 낼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몇 번이고 손이 가고야 마는 저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몇 번이고 손을 뻗고, 쥐어야만 할 듯하다고. 찌르르, 풀벌레가 약하게 우는 소리를 내면 새카맣게 내리 앉은 저녁과 밤의 사이의 어둠을 청 빛으로 밝혀오는 하늘이 두 사람에게 그늘처럼 쏟아진다. 역광으로 받는 빛은 저희들의 그림자마저 길게 늘어뜨리다, 기어이는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닐까 했다. 걷는 걸음에 왜 이리 불안뿐이지. 그리 묻는다면 분명히 욕심 때문일 것을 알기에 쉽사리 토해질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시선이 기울어진다. 별 것 아닌 약속이었다. 


 과하지 않은 무게감. 그러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은, 조금 더 마음을 보내고 있는 사람의 몫이다. 숭배에 가깝도록 보내는 마음은 거절을 거절하는 방법 따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욕심을 낸다면, 그건 사람의 몫이 아닐까. 그녀의 손이, 얇은 팜플렛 형태의 전단지를 팔락거렸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사흘에 거쳐 진행되는 예대제는 이 근방에서 볼 수 있는 축제 중 가장 화려하다 소문이 나 있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는 듯 츠바키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지만, 토리이 나유타. 그녀에게 있어서는 무게가 달랐다. 말할 것도 없이 둘째 날의 풍등과 불꽃놀이 탓이다. 무엇을 할지는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다르다고는 적혀 있으나,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사를 나유타는 알고 있었다. 800만의 신을 모시는 이 땅 위. 평소가 아니더라도 함께 제를 올리고 오미코시(일종의 가마로, 안에는 신이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을 바깥으로 모시기 위한 도구)의 행진을 뒤따라 근처의 강을, 골목을 지나며 즐기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당연하다는 듯 취급되어 왔으니. 사람도 분명 많으리라. 이전이라면 굳이 섞일 일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게 된 변화는 누구의 것일까. 바람처럼 불어온 영향이라 한들, 날 좋은 때 어깨나 소매 조금 적셔오던 여우비는 엄연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유타가 쥔 전단지를 한 번, 츠바키를 한 번 바라보았다.


 "츠바키 씨는 축제, ……가실 건가요?"


 붉은 눈이 까만 유리알 너머 빠르게 깜박거렸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기색은 어딘가 짓궂을 정도로 완연하다.


 "에~! 엄청 사람 많지 않아?"


 가벼운 추임새. 눈꼬리가 접힐 듯 웃음기를 드리우면서도 그 온도가 조금 전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유타는 잘 알고 있었다. 모호하게 기울어진 고개. 당장 며칠조차 남지 않은, 코앞에 드밀어진 것을 흘끗 내려다보는 눈이란 그렇게 깊지 않았다. 이래봬도 너무 큰 행사라 온갖 사람들은 다 몰린다고 봐야 할 텐데? 흐음, 하고 입을 다문 그는 사뭇 과장하는 듯하면서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아무리 멀찍한 시선을 두고, 흘려보내기만 하던 것과는 다르니까. 사람은 쉽게 욕망하는 존재이기에 그런 두 음절의 단어로, 한 글자의 표기로 남아버린 것이 아닌지 싶어지는 감상은 수가 없다. 직선이 서로의 등을 기대게 하는 모양새. 그러나 아직 그런 존재가 이 사람에게서 되기까지는 아주 먼 길이 남았을지도 모름을 아는 것.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도 좋지 않으려나."


 갑자기 넘어지면 수습도 못 할 만큼 사람밖에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아니. 다소 불온해져 버리는 문장에 나유타가 어색한 웃음기를 소리 없이 흘려냈다. 물론 그만한 위험성 정도는 있을 테지만, 그저 그 밤에. 사람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두 손을 겹쳐 떠냈던 감상을 나유타는 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토요일 오후,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직 갈 길이 멀겠지만, 온전히 이해하는 날이 아직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붙여냈던 욕심은 약간은 반어법이다.


 "오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때의 말을 후회하는 데에는 몇 시간이 걸렸던가. 그러나 아직 볕이 남아 있는 기울어진 저녁의 입구에 서 있는 츠바키는 여유로울 정도의 웃음기를 드리우고 있었다. 인파에 휩쓸리는 나유타를 가볍게 당겨 옆에 세워낸 손. 아하하, 웃어버리는 목소리는 그렇게 재미있다 여길 것도 아닌 모습으로도 즐거움을 문장화했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스며든 축제가 경계 안에서 살랑, 살랑, 꼬리라도 흔드는 듯 옮겨간 게, 조금 전까지의 이야기. 

 


 골목에 접어들면, 거기서부터는 약한 유혹을 가로지르는 것과 같다. 늘 먹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사람의 옷자락을 잡아, 잠시 멈춘 가게는 작은 양과자의 노점이었다. 한입 크기의 마카롱은 저마다의 모양으로 요령 좋게 놓여 있었다. 크지 않은 만큼 더 까다로울 법한 것은, 축제에 걸맞게 아주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다. 이건 무슨 맛인가요? 묻는 목소리에 웃기만 하는 주인은 왜 이렇게 의뭉스럽게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츠바키 씨께서는, 슬쩍 물음을 두기 위해 돌아간 고개는 관심 없어 보이는 낯만을 마주할 뿐이었다. 아가씨가 한 번 먹어보겠수? 부담스러울 정도로 포장을 뜯어 보여주려는 주인의 모습에 그녀가 고개를 저어냈다. 


 아, 아뇨……. 그냥 살게요. 손을 내미는 위에 동전을 얹는 건 츠바키의 몫이었다. 물음표가 만면에 드리워진다 한들 그러든 말든. 오히려 아하하, 소리를 내며 웃는 남자는 유쾌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쥐여진 양과자, 작은 크기의 마카롱은 새카맣고도 붉은 크림이 샌드된 모양으로 동글동글한 모양이 물방울처럼, 아니. 꽃잎처럼 한쪽이 살짝 각이 진 듯 보였다. 그럼에도 예상하기 힘든 맛이 까맣게 눈을 끔벅인다. 


 체리? 블랙베리? 어느 쪽인지 감도 오지 않을 것을 산 건 약간의 도박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내려 한 것이었는데. 먹어 보려는 거 아니었어? ……그러려고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그녀가 잘 포개어진 얇은 종이 포장을 뜯어냈다. 마카롱에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그 일련의 모양을 가만 바라보던 붉은 이채는 기다림을 담고 있었다. 기꺼운 향이 은은하게 훅 나유타를 간질였다. 어쩌면 홀린 것처럼, 그러나 과하지 않은 단맛. 바스라지는 식감은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채 딱 기분 좋을 정도로만 그녀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새콤하면서도 다른 것들에 비해 유난히 은은한 것. 멀찍한 데에서부터 맑은 하늘은 토독, 톡, 소리를 내며 땅을 적시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자리의 그늘을 끝에서부터 드리우기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한 입 크기의 마카롱은 죄 다른 색이었음에도, 토리이 나유타의 손에 들린 것만은 검붉었다. 사이의 크림은 정석을 따른 앙글레즈. 차갑지만, 놀랄 정도는 아닌 것. 도리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미묘할 정도로 사람을 간질거렸다. 그러나 사이에 끼워진 것에도, 가운데를 포개어 둔 것에도 누군가의 색은 어딘가 노련할 정도로 끼워져 있는 것만 같은 건, 과한 해석인지. 검은색의 꼬끄 사이, 붉기만 한 크림이 채워진 것이 다시금 그녀의 손에 쥐여지던 순간이었다.


 퍼엉, 불꽃이 쏘아 올려지는 소리와 함께 저 건물과 골목의 너머에서는 색색의 불꽃이 수를 놓기 시작했다. 하나씩 띄워 올리는 풍등이 시야에 가득 차는 순간. 두 사람의 그림자는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어딘가는 겹쳐 있었다. 눈을 깜박이면, 온데간데없는 것들이 마치 비밀처럼 두 사람만을 그 자리에 남겨 두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이 당황을 담고 츠바키를 향하면, 그의 웃음소리가 아무렇지 않게도 사이를 스며들었다. 갈까? 해명할 수 없는 일을 두고도 나아가려는 방향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빛의 무리가, 쉬이 더워지려는 열기를 식힐 여우비가 머리 위를 톡, 톡, 건드려낸다. 무수한 사람의 무리 사이,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어깨는 나란하게도 움직여 걸었다. 콩, 콩, 뛰는 여우의 걸음은 없고. 그저 내려다 보는 존재의 시선도 이 순간에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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